해는 저물어갈때 플랜들리 카라반 파크의 정문을 나서는 한 고물 미쓰비씨 웨건,
석양이 드리우는 드 넓은 평야는 사탕수수들로 가득 차 있고 그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달려가는 차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차안은 침묵이 흘렀다. MP3에 연결되어진 외장 스피커(그차는 스피커가 고장이 나있었다.)에서는
처절한 사랑노래들이 흘러 나왔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각자의
상념에 빠져 있었다.
갈곳은 곧 정해졌다. ' 보웬 ' 그곳이다.
토마토와 토신(토마토 픽킹의 신), 콘트랙터(일종의 일자리 소개소장)이 상존하며 서로 열리고 따고 질책
하는 치열한 먹이사슬의 현장
수많은 한국인들이 보웬의 토마토를 따고 그 지역 상점을 먹여 살린다는 그곳.
통장 잔고의 바닥이 보이는 우리 처지와는 상관없이 기분은 업되기 시작했다.
이런게 여행이지 않는가!!!
설마 죽으란 법 있겠어. 다시 근거없는 낙천주의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1달러가 아까워 주유소에 파는 피쉬앤칩스에 칩만 사서 콜라에 끼리를 때우며 웃음이 나왔다.
칠더스에서 10시간을 더 걸렸던 것 같다. 해가 저물어갈때 출발에 새벽녘에 보웬에 당도 했으니
브리스번을 떠나기 전 만나 함께 차를 샀던 형이 먼저 보웬에서 일자리를 찾아 일을 하고 있어서
이번에는 쉽게 숙소를 찾아 갈수 있었다.
그 곳은 그렌에린 팜스테이로 보웬타운에서 10Km떨어져 있으며 진짜 아웃백 같은 분위기의 오지였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철로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우리는 일종의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는 팜스테이
주인에게 가서 당당히 얘기 했다. 일자리 달라고 그리고 아는 단어가 바닥나고는 구걸하기 시작했다.
플리즈의 남발이였다.
주인은 우리에게 돈은 있냐고 물어 봤다. 왜 저렁걸 묻지?
그렇다 우리의 옷차림이 작업복이여서 돈도 없는 거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돈을 텐트비를 낼수는 있지만 다음주는 낼수 없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한다고 했다.
에린은( 주인, 에린이 이름이며 영국 출신의 호주인이다. ) 우리에게 일자리를 주었다.
수박픽킹과 토마토 픽킹 그렇게 나의 첫 농장 생활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잠깐 왜 우리는 작업복을 입고 들어 갔을까? ㅎㅎ
브리스번에서 이런 저런 농장의 얘기를 듣고 있을때 였다. 백팩커에서 토신이라 자칭하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 남자의 말은 이랬다.
각 지역마다 일을 소개 시켜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을 만나러 갈때는 작업복 차림으로 가서 당장
일을 할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질문하면 솔직하게 대답하라는 것이다.
처음 해보는 작물을 잘한다고 얘기 하지 말라고 그저 의지를 보여 주라고
"I CAN DO IT" 그 남자가 이렇게 말하라고 얘기 해붰다. ㅎㅎ
나는 할수 있다는 뜻이잖아 이거!! 하지만 그때는 마치 막 입대한 이등병처럼 어리버리하게 다 믿어 버렸다.
그때 그녀석과는 호주 생활을 하며 몇번을 마주 쳤는데 참 그때 마다 웃긴 일들이 많았다.
내 호주생활을 만약 영화로 만들때 내가 주인공이라면 그녀석은 참 재미있는 조연정도는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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