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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호주 농장 적응기 - 토마토 농장의 따가운 햇빛

by BoiledAdvt 2011.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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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그렌에린의 픽업 버스를 타고 산길을 내달렸다.

어슴푸레 떠오르는 태양과 넓은 들판에 캥거루떼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와 캥거루다. 호주에서 처음 보는 캥거루였다.


5시 30분 농장에 도착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토마토 농장의 광경은 나를 압도 하고 있었다.

길다랗게 늘어진 토마토 밭의 사이길로 페인트 통 같은 바스켓이 놓여 있었고

도착하자 마자 능숙한 일꾼들은 바스켓을 차지하려는 각축전이 벌어졌다.

그저 멍하니 그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 한국인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여기 바스켓에 토마토를 따서 담거든요. 바스켓이 모자르니 가서 차지 하세요"라고

그는 여유롭게 높게 쌓여진 바스켓 한움큼을 들고 자기가 찜해논 밭사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던져 놓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바스켓을 향해 뛰어 갔다. 그리고는 얼마 남지 않은 바스켓을 들고는

어리둥절하게 사방을 둘러 보았다. 어디로 가야 하지?

한 터키인이 나에게 오더니 처음이냐는 듯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나에게 밭하나를 소개 시켜 주었다. 뭐지 어떻게 따야 하나?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그 터키인이 토마토 몇개를 따더니 설명해 주었다.

"This one is not good, this one is not bad , you can take it , remember no green , just color"

뭐가 다른거야? 그가 가고 한참을 즐비한 토마토들을 바라보며 공황상태에 빠져 들었다.

도대체 뭐가 다른거야? 그래도 가만히 있을순 없었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바켓에 담아 갔다. 어느새 한통이 가득차고 다음 바켓을 채워 갔다.

하나의 바켓이 채워 지면 자신이 했다는 표시로  고유의 택을 바켓에 끼워 넣는다..

사방에서 노그린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아니나 다를까 한 터키인이 오더니 내 바켓의
 
토마토를 검사하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따면 안되는 토마토를 땋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어떻게 구분하냐고 내눈엔 다 똑같은데. 이놈이 내앞에서 다시한번 구분해 주지만

도무지 알수 가 없었다. 몇번을 그놈이 더 찾아와 검사하더니 어의가 없는듯 내 바켓을 엎어 버렸다.

이런 0놈이. 어떻게 모은건데 그놈이 머라머라 Fuck을 섞어가며 말했다. ㅠㅠ

상황으로 봐서는 내가 상당히 잘못한 듯 참아야 했다. 나도 fuck은 아는데. 이놈 잘도 욕하는 군.

 

햇살은 10시가 넘어가자 아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온몸은 지독한 농약 냄새로 뒤범벅이 되었고.

터진 토마토와 땀으로 얼룩져 갔다. 적당한 높이에 있던 토마토들은 어느새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어서

거의 누운채로 토마토를 따야 했다. 허리도 아파오고 머리속으로는 도대체 어떤사람들이 이걸로 돈을

번다는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체념하고 있었다.

그때 였다 나의 토마토라인 반대편에서 규칙적이고 경쾌한 토마토가 바스켓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뭐야? 이런 속도 말이돼? 고개를 들어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아침에 바켓을 차지하라고 말해 줬던 사람이였다.

그의 손놀림은 가히 아름답다고 표현해야 맞지 않을까 싶다. 현란한 손가락이 토마토가지를 쓰다듬으면

가지는 자신을 벌여 숨겨진 토마토를 바켓에 던져주는 것 같아 보였다.

까맣게 탄 그의 피부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또르륵 흐르자 어느새 한통이 가득차고

그 한통이 가득차는 그순간 절묘하게 비어있는 바켓이 놓여 있었다.

그렇게 그의 뒤에는 무수한 바켓이 놓여 있었다.

그렇다 그가 바로 토신 이였다.

그 팜에는 3대 토신이 있었는데 방금 설명한 그와 베트남 인 장발남 그리고 사람좋아 보이는 중국인 이였다.

다들 하루에 200바켓은 너근히 따내며 바켓당 1.4불이였으니 280불이상을 번다고 들었다.

베트남,중국 토신은 10년 넘은 베테랑들이고 한국인 토신은 이팜에 온지 2달 되었다고 했다.

물론 워홀이였다.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장하다 대한민국 건아여!!!!

그어느 나라에도 없는 군대 노가다정신으로 중무장을 하고 오지에서 외화 벌이를 하는 그대는 좀 짱인듯

오후 3시 30분이 되자 컨트랙터가 돌아 다니며 30분 남았다고 알렸다. 그때 까지 스코어는 50바켓 정도 였나

이래서 돈 벌겠어? 약값이 더 나오겠다. 게다가 이 몰꼴은 뭐야

아!!! 나 돌아 갈래. 농장과 나 맞지 않나봐!!!!


숙소로 돌아와 길게 늘어진 샤워장 줄을 기다려야 했다. 지친다. 지쳐 어디 눕고 싶다.

겨우 샤워를 마치고 지워지지 않는 손에 초록색 농약을 바라보며 짜증이 났다.

저녁을 신라면으로 때우며 무심코 아픔 허리를 짚으며 하늘을 바라 보았다.

저녁놀이 팜스테이를 덮치고 있었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다. 난 살아 있다. 허리가 아프긴 하지만 내일도 그 다음날도

토마토와 싸우리라..그리고 저녁6시가 좀 지나서 골아 떨어 졌다.

더 정확히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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